2005년 10월 14일
타블로이드 vs 콤팩트
지난 5월말 서울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에서 신문산업의 활로를 놓고 벌인 토론을 스케치한 기사입니다.
위기의 신문 해법 찾기
현대 언론 매체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영향력이 큰 것이 신문이다. 저널리즘의 맏형이요, 대명사다. 그런 신문이 지금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기술과 결합한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 때문이다.
신문업계 내부에서조차 ‘신문의 미래가 있는가’하는 위기론이 새어 나온다. 인터넷 혁명으로 신문의 아성이 흔들린 지 이미 오래이고, 이제 모바일 디지털 등이 결합한 유비쿼터스 컨버전스라는 새롭고 낯선 기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신문의 응전은 무가지 발행, 콤팩트판(Compact: 기존 신문 절반 크기인 타블로이드 형태)전환, 컨텐츠 산업으로의 정체성 확장 등 실험과 변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20년 후 30년 후 신문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이런 고민 속에서 언론인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세계신문협회 58차 총회와 세계편집인 포럼이 5월30일부터 사흘간 서울서 열려 신문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총회와 포럼을 관통하는 주제는 ‘혁신을 통한 기회포착과 성공의 열쇠 찾기’다.
총회에 참석한 뉴욕타임스 회장 아서 설즈버거 2세(54세)는 전통적 매스미디어라는 로마제국이 붕괴하고 그 힘과 영향력이 인터넷과 블로그 등 디지털 미디어로 분산되는 ‘봉건주의 시대’가 열렸다며 최근 변화를 상징적으로 요약했다.
오늘날 신문의 위기는 뉴미디어 혁명과 더불어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세계신문협회의 신문시장 보고서는 신문의 미래에 대해 위기보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한다. 신문의 위기가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고, 뉴미디어의 등장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응에 따라 변화의 칼집을 잡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문산업의 지표도 고무적이다. 세계신문협회가 보고한 ‘2005년 세계 신문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문 판매는 전년대비 2.1% 증가했으며 신문광고의 매출액은 전년 보다 5.3% 늘었다. 보고서는 또 인터넷 등 세로운 미디어도 신문사 수입 다변화의 도구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임을 밝히고 있다. 2000년 이후 위기로만 규정해 왔던 신문산업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이다. 신문판매와 광고매출의 성장만큼 돈을 제대로 못 벌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을 놓고 볼 때 신문은 사양산업이다. 총회에서 프레드 힐머(Fred Hilmer:호주 패어픽스 그룹 CEO)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신문의 투자대비 수익률은 평균 3%에 불과해, 일반 기업의 평균 수익률인 12%에 훨씬 못 미친다. 인터넷을 통한 수익구조 또한 아직 취약하다. 신문사업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세계 유력 신문 발행인들은 이제 전통적 의미의 종이신문(Newspaper)사업은 한계에 왔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종이를 벗어나 새로운 매체까지 포괄하는 뉴스(News)사업, 콘텐츠 사업으로의 확장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변화하는 독자의 요구에 맞춰 종이신문을 혁신하고 동시에 뉴디미어와의 적극적인 결합으로 다매체 콘텐츠 산업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즉 종이신문의 혁신과 사업 다각화 전략이다.
최근 종이신문의 혁신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2~3년 동안 세계 각국의 신문들은 지속적으로, 때론 도박에 가까운 변신을 해왔다. 전통적 종이 신문들은 ‘미디어 빅뱅’에 부응하기 위해 콘텐츠는 물론 창간이래 유지해 온 판형까지 과감하게 바꿨다.
특히 영국 신문들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전통적 고급지(Quality Paper)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전환, 콤펙트 신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들의 변신은 세계 신문시장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2003년 콤팩트로의 첫 도박을 한 신문은 영국의 중도좌파 일간지 인디펜던트. 곧 이어 고급지의 모델이기도 했던 타임스가 219년 전통의 옷을 벗어 던지고 인디펜던트를 뒤따랐다. 신문으로부터 멀어지는 젊은 독자층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부수는 치솟았다.
사실 영국 유력지들의 발 빠른 변신은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터포스트 같은 지역 독점적 신문과 달리, 전국 단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구도 탓에 고육지책의 선택이란 평가도 없지 않다.
콤팩트란 용어는 판형을 타블로이드로 바꾼 고급지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기존의 대중지 타블로이드와 구분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통적 신문 판형의 변화는 신문의 질과 정체성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소위 뉴스페이퍼(Newpaper)냐 뷰페이퍼(Viewpaper)냐 논쟁이다. 콤팩트 신문의 선두주자인 인디펜던트는 뉴미디어 혁명 탓에 이제 신문은 뉴스자체보다는 뉴스를 보는 관점을 중점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뷰페이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지인 가디언은 뷰페이퍼는 뉴스를 다루는 신문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한다. 결국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로까지 이어졌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역시 콤펙트 논쟁이 향후 신문업계 변화의 방향을 가름할 핵심적인 쟁점으로 소개한다.
영국에서 콤팩트 신문의 열풍은 곧장 유럽 대륙으로 건너갔고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를 휩쓸고 있다. 독일에서는 ‘벨트 콤팩트(Welt Kompakt)’와 ‘뉴스(news)’, ‘20센츠(20 Cents)’ 등 3개의 콤팩트 신문이 금세 시장을 장악했다. 전통적 유력지 디 벨트의 자매지인 벨트 콤팩트는 모지를 훨씬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신문 편집장인 장 에릭 피터스는 “콤팩트판 독자의 50%이상이 전에는 신문을 보지 않던 층”이라고 설명했다. 콤팩트 신문이 새로운 신문독자를 창출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크기의 차별화를 통한 성공은 머지 않아 A4용지 크기의 신문이 등장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가르시아 미디어 대표인 마리오 가르시아는 “2020년께에는 A4크기의 신문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콤팩트 신문은 현재 광고의 벽 앞에 주춤거리고 있다. 콤팩트 신문들의 발행부수는 획기적으로 늘었지만, 부수증가 만큼 광고수입이 못 따라가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주들이 아직까지 기존의 신문과 비교해 광고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신문의 경우는 콤팩트 판형으로의 전환에 보다 신중하다. 뉴욕타임스 회장 설즈버거 2세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독자층 평균 나이는 45세로 10년간 변화가 없었다. 애당초 젊은이들은 신문을 읽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뉴욕타임스는 젊은 층을 잡기 위해 콤팩트 신문이 아닌 다른 매체로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유력지들이 변화에 보수적인 이유는 신문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유력지들이 가치중립적인 고품격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 역시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으론 신기술과 결합된 뉴미디어의 등장을 신문에게 위협이 아닌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실험이 활발하다.
위기의 신문 해법 찾기
현대 언론 매체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영향력이 큰 것이 신문이다. 저널리즘의 맏형이요, 대명사다. 그런 신문이 지금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기술과 결합한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 때문이다.
신문업계 내부에서조차 ‘신문의 미래가 있는가’하는 위기론이 새어 나온다. 인터넷 혁명으로 신문의 아성이 흔들린 지 이미 오래이고, 이제 모바일 디지털 등이 결합한 유비쿼터스 컨버전스라는 새롭고 낯선 기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신문의 응전은 무가지 발행, 콤팩트판(Compact: 기존 신문 절반 크기인 타블로이드 형태)전환, 컨텐츠 산업으로의 정체성 확장 등 실험과 변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20년 후 30년 후 신문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이런 고민 속에서 언론인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세계신문협회 58차 총회와 세계편집인 포럼이 5월30일부터 사흘간 서울서 열려 신문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총회와 포럼을 관통하는 주제는 ‘혁신을 통한 기회포착과 성공의 열쇠 찾기’다.
총회에 참석한 뉴욕타임스 회장 아서 설즈버거 2세(54세)는 전통적 매스미디어라는 로마제국이 붕괴하고 그 힘과 영향력이 인터넷과 블로그 등 디지털 미디어로 분산되는 ‘봉건주의 시대’가 열렸다며 최근 변화를 상징적으로 요약했다.
오늘날 신문의 위기는 뉴미디어 혁명과 더불어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세계신문협회의 신문시장 보고서는 신문의 미래에 대해 위기보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한다. 신문의 위기가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고, 뉴미디어의 등장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응에 따라 변화의 칼집을 잡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문산업의 지표도 고무적이다. 세계신문협회가 보고한 ‘2005년 세계 신문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문 판매는 전년대비 2.1% 증가했으며 신문광고의 매출액은 전년 보다 5.3% 늘었다. 보고서는 또 인터넷 등 세로운 미디어도 신문사 수입 다변화의 도구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임을 밝히고 있다. 2000년 이후 위기로만 규정해 왔던 신문산업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이다. 신문판매와 광고매출의 성장만큼 돈을 제대로 못 벌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을 놓고 볼 때 신문은 사양산업이다. 총회에서 프레드 힐머(Fred Hilmer:호주 패어픽스 그룹 CEO)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신문의 투자대비 수익률은 평균 3%에 불과해, 일반 기업의 평균 수익률인 12%에 훨씬 못 미친다. 인터넷을 통한 수익구조 또한 아직 취약하다. 신문사업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세계 유력 신문 발행인들은 이제 전통적 의미의 종이신문(Newspaper)사업은 한계에 왔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종이를 벗어나 새로운 매체까지 포괄하는 뉴스(News)사업, 콘텐츠 사업으로의 확장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변화하는 독자의 요구에 맞춰 종이신문을 혁신하고 동시에 뉴디미어와의 적극적인 결합으로 다매체 콘텐츠 산업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즉 종이신문의 혁신과 사업 다각화 전략이다.
최근 종이신문의 혁신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2~3년 동안 세계 각국의 신문들은 지속적으로, 때론 도박에 가까운 변신을 해왔다. 전통적 종이 신문들은 ‘미디어 빅뱅’에 부응하기 위해 콘텐츠는 물론 창간이래 유지해 온 판형까지 과감하게 바꿨다.
특히 영국 신문들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전통적 고급지(Quality Paper)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전환, 콤펙트 신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들의 변신은 세계 신문시장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2003년 콤팩트로의 첫 도박을 한 신문은 영국의 중도좌파 일간지 인디펜던트. 곧 이어 고급지의 모델이기도 했던 타임스가 219년 전통의 옷을 벗어 던지고 인디펜던트를 뒤따랐다. 신문으로부터 멀어지는 젊은 독자층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부수는 치솟았다.
사실 영국 유력지들의 발 빠른 변신은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터포스트 같은 지역 독점적 신문과 달리, 전국 단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구도 탓에 고육지책의 선택이란 평가도 없지 않다.
콤팩트란 용어는 판형을 타블로이드로 바꾼 고급지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기존의 대중지 타블로이드와 구분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통적 신문 판형의 변화는 신문의 질과 정체성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소위 뉴스페이퍼(Newpaper)냐 뷰페이퍼(Viewpaper)냐 논쟁이다. 콤팩트 신문의 선두주자인 인디펜던트는 뉴미디어 혁명 탓에 이제 신문은 뉴스자체보다는 뉴스를 보는 관점을 중점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뷰페이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지인 가디언은 뷰페이퍼는 뉴스를 다루는 신문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한다. 결국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로까지 이어졌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역시 콤펙트 논쟁이 향후 신문업계 변화의 방향을 가름할 핵심적인 쟁점으로 소개한다.
영국에서 콤팩트 신문의 열풍은 곧장 유럽 대륙으로 건너갔고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를 휩쓸고 있다. 독일에서는 ‘벨트 콤팩트(Welt Kompakt)’와 ‘뉴스(news)’, ‘20센츠(20 Cents)’ 등 3개의 콤팩트 신문이 금세 시장을 장악했다. 전통적 유력지 디 벨트의 자매지인 벨트 콤팩트는 모지를 훨씬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신문 편집장인 장 에릭 피터스는 “콤팩트판 독자의 50%이상이 전에는 신문을 보지 않던 층”이라고 설명했다. 콤팩트 신문이 새로운 신문독자를 창출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크기의 차별화를 통한 성공은 머지 않아 A4용지 크기의 신문이 등장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가르시아 미디어 대표인 마리오 가르시아는 “2020년께에는 A4크기의 신문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콤팩트 신문은 현재 광고의 벽 앞에 주춤거리고 있다. 콤팩트 신문들의 발행부수는 획기적으로 늘었지만, 부수증가 만큼 광고수입이 못 따라가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주들이 아직까지 기존의 신문과 비교해 광고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신문의 경우는 콤팩트 판형으로의 전환에 보다 신중하다. 뉴욕타임스 회장 설즈버거 2세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독자층 평균 나이는 45세로 10년간 변화가 없었다. 애당초 젊은이들은 신문을 읽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뉴욕타임스는 젊은 층을 잡기 위해 콤팩트 신문이 아닌 다른 매체로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유력지들이 변화에 보수적인 이유는 신문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유력지들이 가치중립적인 고품격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 역시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으론 신기술과 결합된 뉴미디어의 등장을 신문에게 위협이 아닌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실험이 활발하다.
# by | 2005/10/14 11:33 | Mass Comm.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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